본문 바로가기

일상생활

내가 예민한 게 아니라 네가 너무한 거야

반응형
북클럽 모임 도심 속 정원 같은 봉은사역 삼성동 카페 Cafe in the City
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책
내가 예민한 게 아니라 네가 너무한 거야

 

"그래, 이렇게 살아서는 안 돼! 내 인생에 나의 온 생애를 다 걸어야 해. 꼭 그래야만 해!"

꽃피는 3월의 어느 아침 갑자기 '전 생애를 걸고라도 열심히 살아야겠다'라고 불현 듯 각오를 다잡았던 양귀자 소설의 [모순] 속 주인공 안진진처럼 어느 날 불현듯 이렇게 살아서는 안 돼. 뭔가 내 인생을 걸고 잡을 동아줄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동안 우울감이 몰려오면서 내 인생 자체가 엄청나게 시들시들하게 느껴졌었거든요. 계속 인생을 이렇게 내버려 둘 수가 없어서 뭐라도 해야겠다 싶어 책 좋아하는 언니, 동생에세 북클럽을 제안했습니다. 다들 한 독서하는 여인네들인지라 제안에 흔쾌히 응해주었고, 그렇게 결성된 북클럽의 첫번째 책이 [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책]이었습니다.

 

www.yes24.com/Product/Goods/91213017

 

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책

우울증 연구와 임상 경험을 통한 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조언 지난 10여 년간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서 1만 명 이상의 환자를 상담·치료해온 전홍진 교수가 『매우 예민한

www.yes24.com

제가 이 책을 읽는 걸 신랑이 보더니 당신한테 딱 맞는 책을 골랐다며 놀리더라고요. 그래서 이건 네 누나와 엄마를 이해하기 위한 나의 몸부림이라도 되받아쳐주었습니다. 흥! 감히 말싸움을 걸어오다니... 가소롭군.

 

 

정신건강의학과 전홍진 교수 저의 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책은 뭐랄까.... 내용은 쉬웠지만 같은 말만 도돌이표 하듯 반복하는 것 같고, 뭔가 가려운 곳을 긁어주기는 커녕, 남성 특유의 분석적이고 의학적으로 문제를 접근하는 듯해서 읽는 동안 답답한 느낌이었어요.(지극히 개인적인 소감입니다) 그러다 다움에서 우연히 [내가 예민한 게 아니라 네가 너무한 거야]의 책 소개를 읽었는데, 이거다! 싶더라고요.

 

www.yes24.com/Product/Goods/92304675?OzSrank=1

 

내가 예민한 게 아니라 네가 너무한 거야

감정 착취자들로부터 의연하게 나를 지키는 법 ‘혼자 잘해주고 상처받는 일’에 지쳤다면 이제는 자신의 감정 영토를 지키는 힘을 키워야 한다. 예민하게 보이지 않을까, 까칠하게 보이지 않

www.yes24.com

같은 정신과 전문의가 쓴 책이지만 확실히 여성작가라서 그런지 제가 느꼈던 답답한 부분을 확실하게 보여주면서 또 굉장히 위로받는 책이었어요. 이건 네가 예민한 게 아니라, 상대가 자신의 무례함을 너의 예민함과 옹졸함이라고 덮어씌우는 격이라고 말해주는 데 가슴이 뻥 뚫리더라고요.

첫 번째 책을 읽으면서 아쉬운 점을 보완해 줄 수 있는 책인 것 같아 두 번째 책으로 추천했었는데, 저만 그렇게 느꼈던 것이 아니라 함께 읽었던 클럽 동기들도 모두 저와 같은 생각을 했다고 해서 와~ 정말 잘 맞는 사람들이랑 좋은 모임을 결성했구나 싶었습니다.

 

 

다들 평일에는 아이들 때문에 시간 내기가 어려워서 주말 아침 일찍 만나기로 했습니다. 

삼성동 근처에서 보기로는 했는데, 아무래도 코로나 때문에 사람 많은 카페는 좀 부담스럽더라고요. 그래서 봉은사역 인근을 배회하다가 장소도 넓찍하면서 너무 사람이 복작이지 않은 곳을 찾았는데, 그곳이 바로 팀호완 근처에 위치한 카페인더시티였습니다.

 

삼성동 카페 Cafe in the City 카페인더시티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87길 39

weekday 08:30 ~ 22:30

weekend 10:00 ~ 22:00

 

 

봉은사역 삼성동 카페인더시티는 테라스 좌석도 있고, 2층까지 통으로 쓰는 카페라 좌석 간 간격이 꽤 넓었어요. 또 음료를 마실 때 외에는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해달라는 직원분들의 언질로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는 것이 느껴져 안심이 되었습니다. 

무엇보다도 화원으로 보일 정도로 꽃과 화분이 정말 많아서 좋더라고요. 사실 카페 하면 별다방 아니면 콩다방 밖에 모르고 살다가 이렇게 꽃과 나무가 많은 진짜 카페 같은 카페에 온 것만으로도 마음이 한결 편안해지더군요.

 

 

북클럽 모임을 아침 10시에 만나 두 시간 정도 책 이야기하고 12시에 팀호완 가는 걸로 일정을 짰는데, 책 이야기를 하다 보니까 오후 1시 반이 훌쩍 넘었더라고요 ㅎㅎㅎㅎ 세상에 책 이야기를 3시간이 넘게 했었다는.... 배가 고파서 시계를 봤더니 시간이 이렇게 흘러서 다들 깜짝 놀랐습니다.

 

 

아침을 안 먹고 나왔다는 동생과 언니를 위해 주문한 토스트... 다들 열이 많은 사람들인지 나만 빼고 다 아이스로 ^^

음료는 커피만 주문했지만 커피맛도 가격도 적당했고, 카페 분위기나 상황도 꽤 마음에 드러서 아예 여기를 아지트로 삼아 북클럽을 진행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을 정도

 

다음 이야기로 유은정 작가의 전작인 "혼자 잘해주고 상처 받지 말아라"를 읽자고 했는데, 음... 비운의 세 번째 책은 집 대청소하다가 한 페이지도 안 읽은 새 책이 쓰레기 더미에 휩쓸려가서 읽지도 못하고 잃어버렸다는... 흑흑

 

 

심리 자기 계발서는 이쯤에서 되었으니 다음 책은 아예 고전으로 가보면 어떨까 싶어서 그냥 노인과 바다 어때? 했는데 엄마야. 나만 안 읽은 게 아니었구나. ㅎㅎㅎㅎㅎ 고전은 당연히 믿음사, 그래서 얼떨결에 다음 책은 믿음사의 노인과 바다가 되었어요.

참치 낚시한다고 고생만 쌔빠지게 하고 돌아올 때는 다 뜯겨서 헛고생했다는 대략적인 줄거리는 알지만 책을 읽어본 적은 없었기에 기대가 됩니다. 고전은 함께 만나서 같이 낭독하며 읽어도 좋은데 말이지요. 다들 사는 데 거리가 있어서 아쉽습니다. 언젠가 아예  Zoom으로 낭독회의하자고 제안해볼까 봐요.

 

 

지가 먼저 옆구리 콕콕 찔러 놓고 혼자 버림받은 헛똑똑이 안나 카레리나도 한 번 읽어 보고 싶은데... 고전을 연속해서 읽다간 진이 빠질 수 있으니 다음 책은 좀 라이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으로 또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혼자 읽다가 그래도 함께 책을 읽게 되니 책 읽는데 속도도 좀 나고 재미도 좀 붙고 그래서 꾸준하게 읽을 수 있는 것 같아요.

 

11월에는 일 하나가 더 들어와서 좀 바빠질 것 같은데, 그래도 짬짬이 틈을 내서 책을 계속 읽어봐야겠습니다. 언젠가 사주풀이 선생님께서 저는 책을 많이 읽어야 마음의 고뇌가 태워진다고 하더라고요. 워낙 귀가 습자지처럼 얇은 인간인지라 그 말을 듣고 나니 항상 읽든 안 읽든 가방에 책을 넣고 다니게 되네요.

 

 

가을은 책 읽기 좋다는 계절이라는데 한 달에 한 권이라도 좋으니 꾸준히 책 읽는 습관을 들여봐야겠습니다.

반응형